QT 나눔

사순절 묵상 40 조반을 먹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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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날짜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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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21장 1~14절(요 20~21장)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저 숨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날 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때를 생각해 보니 죄책감이 몰려옵니다. 어떤 난관에 부딪쳐도 예수님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는데, 대제사장의 집 뜰에서 한 하녀의 별것 아닌 추궁에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자신의 확고했던 믿은바, 충직했던 의리, 모든 것이 바람 앞의 모래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부인했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결코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실망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가장 큰 실수는 예수님을 부인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배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결코 연약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인간을 교만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연약함은 믿음 없음이 아니라 믿음이 좋다고 하는 교만에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의 교만한 마음, 실패로 인해 자신을 회피하고자 하는 그 마음에도 찾아와 자리를 잡으십니다.

제자들에게 찾아오신 예수님은 그들을 혼내지도 않으셨고, 가르치려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와서 조반을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조반은 일상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함께라면 일상적인 것에도 특별함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준비하신 조반, 떡과 물고기를 먹으며 제자들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다시 한 번 생각했을 것입니다.

베드로에게는 떡과 물고기보다 눈길 가는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숯불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붙잡히시던 날 밤에 숯불 앞에서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습니다. 예수님은 그 숯불 앞에서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물으셨고, 베드로도 세 번 대답했습니다. 베드로에게 배반의 상징이었던 숯불이 이제는 예수님에 대한 사랑 고백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닭이 울던 그 아침 베드로는 배반자였지만, 해가 뜨는 새로운 아침 예수님과 함께 조반을 먹으며 다시 제자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곧 우리의 부활입니다.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말씀을 묵상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