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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35 밀 한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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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날짜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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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요한복음서12:24)

 

 

밀은 이상합니다.

다른 알곡들은 봄에 싹을 틔워 여름 내내 자라다가 가을에 열매를 맺습니다.

그런데 밀은 가을에 싹을 틔우고 겨울 내내 숨죽여 지내다가 초여름이 돼야 열매를 맺습니다.

다른 곡식들은 추위와 눈을 피해 자라나 열매를 맺는데, 밀은 추위와 눈을 동무로 삼아 겨울을 견뎌냅니다.

밀이 겨울을 이겨내는 법, 추위와 눈을 동무로 삼는 법을 아십니까?

밀의 잎은 지표면에 살짝 걸쳐 있습니다.

땅 속에 묻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땅 바깥으로 아주 나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밀은 겨울 내내 땅 속과 땅 바깥, 그 경계선에 있습니다.

밀의 싹이 땅 바깥으로 아주 나오지 않는 까닭을 아십니까?

싹이 우쭐거리며 바깥으로 나와 세상구경을 하면, 그만 뿌리조차 딸려 나오고 말아 어김없이 마지막을 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밀의 싹이 땅 속으로 아주 숨어버리지 않는 이유를 아십니까?

땅 속으로 파고들었다가는 봄이 와도 찬란한 생명의 약동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밀의 싹이 지상과 지하, 그 경계와 언저리에 있는 것은 나름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인 셈입니다.

여기 한 맺힌 부끄러움 속에는 나름대로 예수의 생명에 접붙이는 지혜가 숨어있습니다.

 

기도/ 수치의 십자가를 지신 주님. 말 못할 부끄러움 속에 영원과 잇대어 사는 은총이 숨겨있음을 보게 하소서. 내가 썩어야 영원한 생명의 싹을 틔우는 약동이 있음을 보게 하소서. 한 알의 밀의 싹, 그 안에서 당신의 사랑을 보게 하소서. 아멘.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 사순절 묵상집>